상가 임대차 계약과 권리금, 도장 찍기 전에 볼 것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내놓고 "여기 서명만 하시면 돼요"라고 할 때, 그 자리에서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사장님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상가 임대차는 전세와 다른 법이 따로 있고, 그 법이 사장님에게 유리한 부분과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남겨둔 부분이 나뉘어 있어요.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계약 순서대로 짚어 볼게요.
이 법이 적용되는 범위부터 확인해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모든 상가 임대차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요. 지역별로 정해둔 보증금 기준을 넘으면 일부 조항이 빠져요(법 제2조 제1항, 시행령 제2조 제1항).
| 지역 | 기준 금액 |
|---|---|
| 서울특별시 | 9억원 |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부산광역시 | 6억 9천만원 |
|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 지역·부산 제외), 세종, 경기 파주·화성·안산·용인·김포·광주시 | 5억 4천만원 |
| 그 밖의 지역 | 3억 7천만원 |
여기서 "보증금"은 단순히 계약서에 적힌 보증금 숫자가 아니에요. 월세가 있으면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을 더해요(시행령 제2조 제3항).
환산보증금 = 보증금 + (월세 × 100)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짜리 매장을 계약한다면, 환산보증금은 5,000만원 + (300만원 × 100) = 3억 5,000만원이에요. 서울 기준 9억원에 한참 못 미치니 법 전체가 그대로 적용돼요.
환산보증금을 넘는 상가라도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그대로 적용돼요(법 제2조 제3항). 다만 확정일자를 받아 생기는 우선변제권과 차임 5% 인상 제한은 넘으면 적용되지 않아요. 임대인이 "우리 건물은 이 법 적용 안 돼요"라고 하더라도 권리금 문제는 별개로 보호받는다는 뜻이에요.
대항력과 확정일자, 순서가 있어요
임차인이 보호받으려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해요.
- 대항력: 건물을 넘겨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효력이 생겨요(법 제3조 제1항). 건물주가 바뀌어도 새 건물주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 확정일자: 상가건물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세무서장에게 받아요(법 제4조 제1항).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나중에 경매나 공매가 진행돼도 후순위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우선변제권)가 생겨요(법 제5조 제2항)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날, 계약서를 들고 같은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도 함께 받아두는 편이 헛걸음을 줄여요. 확정일자부에는 상가건물 소재지, 부여일, 차임과 보증금 등이 기록되고, 이해관계인이라면 세무서장에게 이 정보를 요청할 권리도 있어요(법 제4조 제2항·제3항).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뗄 서류
부동산 중개인이 보여주는 서류 말고, 직접 떼어보는 서류가 따로 있어요.
- 등기사항증명서: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아요. 건물 소유자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람과 같은지, 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확인해요. 근저당과 내 보증금을 합친 돈이 건물 시세에 가까울수록,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커요
- 건축물대장: 정부24에서 열람해요. 위반건축물로 표시돼 있으면 영업신고 자체가 막힐 수 있어요. 업종별로 필요한 건물 용도는 영업신고 챕터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용도지역·용도구역을 확인해요. 하려는 업종이 그 지역에서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 세 가지를 계약 전에 확인해두면 계약금을 날리는 가장 흔한 사고를 막아줘요. 중개인 말만 믿고 계약금부터 넣는 순서는 위험해요.
계약기간과 갱신요구권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1년 미만으로 정했다면 법이 그 기간을 1년으로 봐요.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요(법 제9조 제1항). 임차인에게만 선택권을 준 조항이에요.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해요(법 제10조 제1항). 정당한 사유는 법에 정해져 있어요.
- 3기 분량의 차임을 연체한 적이 있는 경우
-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재임대)한 경우
- 건물의 전부나 일부를 고의·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 건물이 멸실돼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 철거·재건축 계획을 계약 당시 미리 고지했거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하는 경우
- 그 밖에 임차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 갱신요구권은 최초 계약을 포함한 전체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쓸 수 있어요(법 제10조 제2항). 처음 2년 계약에 2년씩 네 번 갱신하면 딱 10년이라, 그 이후는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해도 막을 방법이 없어요.
차임이나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도 무한정 되는 게 아니에요. 청구 당시 차임이나 보증금의 5%를 넘지 못해요(법 제11조 제1항, 시행령 제4조). 임대인이 계약 중간에 "월세 20% 올릴게요"라고 해도 이 조항이 근거가 돼요. 갱신할 때도 마찬가지예요(법 제10조 제3항).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
권리금은 영업시설·거래처·신용·노하우·위치상 이점 같은 유형·무형의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는 대가예요(법 제10조의3). 문제는 임대인이 이걸 가로막는 경우예요.
법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대인이 아래 행위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의 권리금 지급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정해요(법 제10조의4 제1항).
-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못 주게 하는 행위
-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임대인이 이를 어겨 임차인에게 손해가 생기면 배상 책임을 지고, 그 금액은 신규임차인이 주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해요(법 제10조의4 제3항). 이 손해배상 청구권은 임대차가 끝난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져요(같은 조 제4항).
상가건물이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이거나(전통시장은 예외), 국유재산·공유재산인 경우에는 이 보호가 적용되지 않아요(법 제10조의5). 복합몰이나 백화점 입점 매장이라면 계약 전에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권리금 계약을 쓸 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법무부장관과 협의해 만든 표준권리금계약서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어요(법 제10조의6). 법무부나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로 검색하면 표준 계약서·표준 권리금계약서 서식을 내려받을 수 있어요.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을 안 넣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서 쓰는 편이 안전해요.
표준계약서를 써도 분쟁이 생기면
임대인·임차인이 원상복구, 관리비, 렌트프리(무상 임대 기간) 같은 특약을 넣다가 다투는 일이 흔해요. 이런 특약은 법에 정해진 숫자가 없어서, 계약서에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에요. "원상복구"라고만 쓰면 나중에 "어디까지가 원상복구냐"로 다시 다투게 돼요.
그래도 분쟁이 생기면 소송 말고 조정을 먼저 고려해볼 만해요.
법 제20조에 따라 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어요. 실제로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사이트(hldcc.or.kr)에서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지부 중 하나를 골라 온라인으로 조정 신청서를 내면 돼요.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도 덜 들어서, 원상복구비나 권리금처럼 금액을 다투는 사안이라면 먼저 시도해볼 만해요.
우리 상가가 있는 자리가 애초에 장사하기 괜찮은 곳인지는 계약 전에 따로 확인해두면 좋아요. 상권·입지 분석으로 같은 업종 점포 수와 검색 수요를 먼저 보고(서울은 유동인구까지 나와요), 월세는 매출 대비 월세 계산기에 넣어 예상 매출로 감당할 수준인지 가늠해 보세요.
이미 있는 가게를 인수하는 거라면
새 계약이 아니라 권리금까지 주고 넘겨받는 거라면, 임대차 말고도 확인할 게 더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환산보증금을 넘는 상가는 법의 보호를 전혀 못 받나요?
아니에요.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환산보증금을 넘어도 그대로 적용돼요(법 제2조 제3항). 다만 확정일자로 생기는 우선변제권과 차임 5% 인상 제한은 넘으면 적용되지 않아요. 어느 조항이 빠지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해요.
Q. 계약서에 특약으로 법보다 불리한 조건을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상당수 조항은 강행규정이라, 이 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어요(법 제15조). 다만 어떤 조항이 강행규정인지는 조문마다 다르니, 애매한 특약은 계약 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해요.
Q. 임대인이 바뀌면 계약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건물을 산 새 임대인에게도 기존 계약 조건을 그대로 주장해도 돼요(법 제3조). 다시 계약서를 쓸 필요는 없지만, 새 임대인의 등기사항증명서를 한 번 더 확인해서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됐는지는 보는 게 좋아요.
Q. 가게를 넘기려고 새 임차인을 데려갔는데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하면요?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하면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 다만 그 신규임차인이 보증금·차임을 낼 능력이 없거나 임차인 의무를 어길 우려가 있는 경우처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예외도 있어요(같은 조 제2항). 임대인이 그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쓰지 않으려는 경우도 예외예요.
Q. 확정일자는 언제까지 받아야 유리한가요?
빠를수록 좋아요. 우선변제권은 대항력(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다음 날)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춰야 생기고, 둘 중 늦은 날을 기준으로 순위가 정해져요. 계약하고 잔금을 치른 날, 사업자등록 신청과 같은 날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는 것이 가장 깔끔해요.
Q.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반드시 그 결정을 따라야 하나요?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해야 성립돼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은 소송 전에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절차이고,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강제로 결론이 나는 절차는 아니에요.
출처·참고 자료4건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제3조·제4조·제5조·제9조·제10조·제10조의3·제10조의4·제10조의5·제10조의6·제11조·제15조·제20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제4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 법원 인터넷등기소 · 법원행정처
- 주택·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 대한법률구조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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